연구에 따르면 마라도를 이루는 용암류는 약 26만 년에서 15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용암은 제주 본섬 일부 지역의 후기 화산활동과는 다른 시기와 형성 조건에서 만들어진 용암류로, 마라도가 제주 본섬의 부속 분출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화산체로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점은 마라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마라도는 제주도라는 거대한 화산섬 체계 안에 속해 있지만, 생성 과정에서는 별도의 화산 활동과 환경 조건을 반영한 결과물인 셈이다.
💠 해저 지형이 보여주는 단절
마라도의 독립성은 해저 지형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모슬포와 가파도 사이 바다는 평균 수심이 약 15m로 비교적 얕은 반면,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에는 평균 수심이 약 130m에 이르는 깊은 해저 협곡이 자리하고 있다.
이 깊은 해저 골짜기는 단순한 침식 지형이 아니라, 제주 화산섬 형성과정 중 형성된 구조로 해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마라도는 제주 본섬이나 가파도와 얕은 바다로 이어진 섬이 아니라, 깊은 바다 위로 홀로 솟아 오른 섬으로 남게 되었다.
이 협곡을 따라 형성된 강한 조류는 과거부터 항해의 어려움을 낳았고, 동시에 마라도가 오랜 시간 고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조건이 되었다.
💠 작지만 완결된 지형 구조
마라도는 남북으로 약 1.3km, 동서로 약 500m에 이르는 타원형 섬으로,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용암대지를 이룬다. 섬 중앙에는 높이 약 34m의 작은 구릉이 자리하며, 남동쪽 절벽 위에 위치한 마라도 등대 인근이 섬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해발 약 39m에 이른다.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파랑과 풍화 작용에 의해 형성된 해안단애가 둘러싸고 있으며, 특히 동쪽 해안에서는 높이 약 35m에 이르는 절벽과 함께 해식동굴, 파식대가 잘 발달해 있다. 이러한 지형은 화산섬이 형성된 이후, 오랜 시간 바다에 의해 다듬어져 온 과정을 비교적 온전히 보여준다.
섬을 구성하는 판상의 용암류 사이에서는 얇게 겹겹이 쌓인 용암 흐름의 단위와, 용암이 흘러나오다 멈추며 형성된 용암 돌기(Lava toe)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마라도가 작지만 지질 구조가 매우 완결된 화산섬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특징이다.
💠 세계지질공원으로서의 가치
마라도는 규모는 작지만,
- 독립적으로 형성된 해저 화산섬이며
- 생성 시기와 암석 특성이 비교적 명확하고
- 해저 협곡, 해식 절벽, 용암 지형이 짧은 거리 안에 응축되어 나타나며
- 인위적 개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섬이다.
이러한 조건은 마라도를 세계지질공원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공간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특히 화산섬의 형성과 침식, 해양 작용이 결합된 전 과정을 작은 섬 하나에서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은 교육적·학술적·해설적 가치가 매우 높다. 마라도는 단순히 “작은 섬”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지질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단, 마라도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마라도에는 특별한 관리 없이 제재만 가해져 왔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 제주에 속해 있으되, 제주와는 다른 섬
마라도는 행정적으로는 제주에 속해 있지만, 지질적으로는 독립적으로 형성된 섬이다. 이 섬은 제주 화산 활동의 일부이면서도, 동시에 그와는 다른 시간과 조건을 품고 있다. 수십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땅. 작지만 단단한 구조로 완성된 화산섬. 마라도를 이해하는 일은, 이 섬이 지닌 독립성과 완결성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