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해녀 이야기


깊은 바다, 그 안의 평화



섬의 소리를 찾아서

제주특별자시도 녹색섬을 찾아

제주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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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해녀와 고래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늘 바람이 세고 거칩니다. 

그러나 그 아래에는, 더 세고 더 깊은 바다가 있습니다.


이곳의 바다는 멀어서가 아니라, 깊어서 특별한 바다입니다.


깊은 바다를 오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완전한 어둠의 심해까지 내려가는 고래, 향유고래입니다.

향유고래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길을 찾으며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이 바다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깊이를 건너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기계도, 장비도 없이 오직 한 번의 숨으로 바다에 들어간 마라도 해녀입니다.


마라도해녀들은 숨을 낮추고 몸을 맡기며,

바다를 정복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숨을 낮추고, 몸을 맡기며 깊이를 견디는 법을 삶으로 익혀 왔습니다.


한 번의 잠수마다

돌아오기 위한 약속을 마음에 새기며 말입니다.


마라도는 그렇게 말 없이

깊이를 살아낸 섬입니다.









마라도 해녀 이야기


🔸 마라도 바다에서 이어온 여성들의 삶

마라도의 바다는 오랫동안 삶의 터전이자 생존의 경계였습니다. 이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며 살아온 이들이 바로 해녀들입니다. 마라도 해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직업의 역사가 아니라,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여성이 공동체의 생계를 책임져 온 삶의 서사이자 문화의 기록입니다.

마라도에서 해녀는 바다로 나가는 사람이기 이전에, 집과 마을을 지탱하는 중심이었습니다. 이 섬에서 해녀의 존재는 곧 생활이었고, 공동체 그 자체였습니다.

💠 바다로 향한 삶: 삶을 이어온 여성들 

  마라도는 농사가 쉽지 않은 섬입니다. 토양은 척박하고 경작지는 제한적이었으며, 주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자원은 바다였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마라도 여성들은 바다로 나아가, 해녀로서 삶을 이어왔습니다.

마라도 해녀들은 맑고 깊은 바다에서 소라, 전복, 해삼 등 해산물과 미역과 톳 등의 해조류를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물질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와 조류, 날씨를 몸으로 익히는 일이었습니다. 숨을 참아 바다로 들어가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담긴 긴장은 하루의 생계를 좌우했습니다.

해녀의 일은 늘 위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파도의 방향이 바뀌고, 바람이 강해지면 바다는 곧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녀들은 다시 바다로 향했습니다. 이는 무모함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마라도에서 해녀는 가족을 부양하는 주된 노동자였고, 많은 가정에서 여성의 물질 수입은 생활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해녀의 노동은 집안의 생계를 넘어 마라도 공동체 전체를 유지하는 기반이었습니다.

💠 물질 속에 쌓인 시간: 기술이자 지혜, 그리고 전승

해녀의 일은 하루아침에 익혀지는 기술이 아닙니다. 마라도의 해녀들은 어릴 적부터 어른들의 물질을 지켜보며 바다를 배웠고, 얕은 곳에서부터 차츰 깊은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숙련이 아니라, 몸과 감각으로 축적된 지식의 전승이었습니다.

해녀들은 바다의 상태를 소리와 색, 물의 흐름으로 읽어냈습니다. 물속에서 들리는 소리, 물결의 변화, 해류의 감각은 모두 중요한 신호였습니다. 이러한 감각은 책이나 말로 전하기보다, 함께 바다에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마라도 해녀 공동체에서는 무분별한 채취를 경계하는 질서 또한 중요했습니다.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기 위해 채취 시기와 대상에 대한 암묵적인 기준이 형성되었고, 이는 자연과의 공존을 위한 집단적 선택이었습니다. 해녀들은 바다를 소유의 대상이 아닌, 함께 지켜야 할 삶의 공간으로 인식했습니다.

이처럼 해녀의 물질은 노동이자 기술이며, 동시에 자연과 맺은 관계의 방식이었습니다. 이 관계 속에서 마라도 해녀들의 삶은 세대를 지나며 이어졌습니다.

💠 공동체를 지탱한 힘: 해녀와 마라도 마을

마라도에서 해녀는 개인의 노동자이기 이전에 공동체의 구성원이었습니다. 물질의 결과는 각자의 몫이었지만, 바다로 나서는 과정과 귀환의 순간에는 늘 서로를 살피는 연대가 존재했습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배려이자, 오래된 공동체의 규범이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해녀들은 즉시 서로를 도왔고, 한 사람의 사고는 마을 전체의 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이러한 연대는 말로 정해진 규칙보다, 오랜 경험을 통해 굳어진 공동체의 질서였습니다.

 해녀의 노동은 마라도의 생활 문화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생활 구조, 공동체의 주요 결정 과정, 마을의 분위기 속에는 해녀들이 만들어낸 리듬이 스며 있습니다. 해녀는 단순히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라도 생활의 중심축이었습니다.

💠 오늘로 이어지는 해녀 이야기: 변화 속에서도 지켜온 정체성과 응대

마라도 해녀의 이야기는 과거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는 지금도 마라도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공동체가 선택해 온 방향 속에 깊이 스며 있습니다. 바다와의 관계를 존중하고, 무분별한 개발보다 공존을 먼저 고민하는 모습 속에는 해녀들의 삶이 남긴 흔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빠르게 바뀌며 마라도의 생활 환경 역시 크게 달라졌습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바다를 둘러싼 조건 또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해녀의 수와 활동 환경은 줄어들었고, 해녀들이 남긴 삶의 방식과 정신은 여전히 마라도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남아 있지만, 지금 이 문화가 큰 변화의 문 앞에 서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해녀에게 가장 큰 위험은 늘 자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자연의 위기에 인간이 이미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압니다. 기후위기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변화는 더 이상 자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 앞에서 인간, 해녀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당장 죽어가는 바다를 되살릴 수는 없더라도, 예전 미역과 감태가 나던 자리, 바다의 상태와 변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바닷속 여가 언젠가는 마라도 생태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과 여건이 갖추어지는 날, 그 복원에 협력할 수 있도록 오늘의 바다를 남겨두는 일, 그것을 해녀들은 하나의 각오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해양 쓰레기를 줍는 일처럼 작지만 분명한 역할을 포함해, 이제 해녀의 이야기는 ‘바다에서 일하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바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알리는 현재의 역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위기는 혼자서 감당할 문제가 아닙니다. 마라도 해녀의 이야기가 오늘 다시 전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변화를 함께 나누고,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 바다를 기억하는 것이 마라도를 지키는 일

마라도 해녀 이야기는 과거를 기리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 섬이 바다를 어떻게 기억하고, 앞으로 어떤 태도로 마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해녀들은 바다를 이용한 사람이 아니라, 바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며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몸과 경험에는 이미 수십 년 분량의 바다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기록은 숫자나 문서만으로는 대신할 수 없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나고, 언제 달라졌으며, 어떤 변화가 반복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해녀들의 일상 속에 축적되어 왔습니다. 해녀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지 한 직업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바다를 읽는 감각과 시간의 축적이 함께 희미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해녀이야기는 곧 마라도의 미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바다를 어떻게 남길 것인지,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지켜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 속에 해녀들의 경험은 여전히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해녀들이 걸어온 길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 선택해야 할 방향을 비추는 하나의 등불입니다.

마라도의 바다는 지금도 살아 있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녀들의 시간이 조용히 이어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그 시간을 기억하는 일이 곧 마라도를 지켜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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